<영화가 아무리 현실을 잘 표현하더라도, 현실의 비참함을 담아낼 수 없는 이유>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담은 영화를 두고
우리는 아무리 그래도 현실이 더 잔인하고 슬프다고 말한다.
(유아성폭행 이야기, 뒷골목배경의 느와르 영화, 가난: 담은 영화 ..)
어제 저녁 엄마와 고모의 전화를 엿들었다.
고모네 교회분들이 강릉에 가족여행을 갔다가 아버지를 잃었다는 이야기였다.
고모는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비상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교회 사람들을 모아서 다음날 세종으로 올라가야할 일이 생겼다며. 교회 가족분들이 가족여행 중 바다에 물놀이를 갔다가 아버지가 물에 떠내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었다. 고모가 얼마나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했는지, 그 사고 당시 목사님인 고모께도 따님분께서 연락을 했었는데 그 분이 엉엉 울면서 '아버지가 떠내려간다고 떠내려간다고' 전화를 하셨다했다. 다른분께서 그 따님분께 조심해서 놀아라고 보냈던 메세지에 그 따님분은 '걱정마셔요~ 파도타고 부산내려갈게요~~' 했다고 하셨단다. (이 말이 나중에 얼마나 가슴아픈말이 될지 상상을 했을까..)
고모의 전화를 들으면서 인상이 찌푸려지고 눈이 감기고 마음이 불편해 동시에 그 아버지를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했다..
엄마,아빠와 저녁식사 그리고 한바탕의 토크가 끝난후 식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나는 엄마한테 ..아맞다 엄마 ..아빠한테도 그 일을 알려주고싶은데 이렇게 말하는게 그분들께 실례일까봐, 너무 가쉽거리 만드는 걸까봐 말해도 되려나..라고 말하니
아빠가 오히려 아 괜찮다며 말하라고.
인생에 그런거 없다고..
이야기를 들은 후 아빠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왜 현실이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더 슬프고 더 참혹한지 아느냐며
영화에서는 가슴아픈 장면들이 나올때면
배경 음악, 배우들의 연기나 영화속 모든 장치들이
그 장면을 보는 모든 우리 관객들이 그 장면에 이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래서 우리는 엄청난 공감과 안타까운마음을 주인공들에게 표하는데
반면
현실에서는 그런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면
당사자들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예능프로는 웃고 떠들고 사람들은 똑같이 밥먹고 정치하고 평소처럼 흘러간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가슴은 무너져내려가는데
그런 사건이 일어나든 말든 상관없이 평소처럼 돌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있어
영화가 아무리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낼지언정
생생하게 장면을 잘 담아낼수록
현실의 비참함을 더 따라갈수없다고
..
사실
당연하게 아는 말이고 당연히 생각해봄직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오늘, 먼 지인분께 일어난 사건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현실이 더 영화같게 느껴졌다
아니 이제는 이런말을 쓸게 아니지
'역시 현실은 현실이구나
그럼에도 흘러가는 현실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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