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방학은 정말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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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리모델링을 해야해서 한달동안 아르피나에서(방 한번 옮겨가며) 2주 넘게 지내고 이어서 사촌오빠 집에서도 지내고 하다가 (이렇게 말하니까 간단해보이지만 한달 생활치 4명 가족분량의 짐을 카니발로 왔다갔다 실어나르고 내리고 하는게 보통일이 아니다 ;;)
다시 예전집으로 돌아가려할때 즘에 갑작스럽게 이사가 결정돼서 한번도 살아본적 없는 고층,게다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동네 송도에서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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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워낙 많은 집이었어서 가구나 짐을 트럭으로 두대를 넘게 버렸는데도, 엄마가 몇일째 고생고생 치웠는데도 (이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치워서, 훨씬 사람사는 집 같아졌지만 그래도 지금 집상태는 누가 봐도 정신없는 방금이사온 집 같다 여전히) 박스많고 정리 덜된 집 69층에서 살다가
어제는 태풍으로 전기 수도 다 끊기고, 창문도 위험해서 열 수가 없어서
에어컨 없이, 선풍기 없이, 창문닫힌 집에서 지낼 수가 없어서
그리고 혁이랑 엄마가 재택 원격 수업을 할 수가 없어서
혁이 기타, 하루 잘 짐, 책, 노트북, 송이를 짊어지고 69층에서 지하까지 걸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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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삼층 대서부터는 불도 꺼져있어서 핸드폰 라이트로 켜서 내려갔다 (중간에 입주민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중간에 한 할아저씨는 젊으니까 빨리빨리 내려가네~ 하면서 꼭대기층에서 왔다고 하니까 놀라움을 표시하시고는 바를 잡고 거꾸로 내려가더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20층대 내려가면서 부터는 나도 '아 계단 내려가는게 무릎에 안좋다는게 이런느낌이구나' 가 살짝씩 느껴질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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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층 ,1층에서부터는 물이 차있었고 위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기도 했다 재난영화 그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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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세계로 내려온 엄마혁이 나는 센텀파크 옛날집으로 이동해서 수업을 듣고 밥도 먹고 , 하지만 아직 엘레베이터가 수리가 안됐다는 사실을 송도에 가서야 알게 돼서 아빠 병원에서 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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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는 특실 엄마랑 나는 이인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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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술을 드시고 살짝 늦게 들어왔는데 엄마는 아빠가 술을 마시고나면 기억을 잘 못하고 다른사람이 되는거 같아서 너무 싫고 서운하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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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주 섬세하고 디테일하고 주변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서 오히려 상대방들을 통제(?) 는 아니지만 자기 계획 하? 에 있게하려는 게 있는 정도인데,
엄마는 병원에서 자게돼서 직원들도 있는데 아빠가 먼저 이것저것 챙겨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모양이었다
언니 같았으면 감정적으로 위로가 되었을텐데
시니컬한 (가족한정..) 나는 또 그냥 ~
실질적인 감정 위로의 말은 못하고 대충 말만 하고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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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엄마랑 혁이가 학교를 가야해서 일찍 병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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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공기가 쌀쌀하고 상쾌한게 가을이었다
아빠한테 이제는 노마드 라이프, 떠돌이 생활이 이제는 디폴트가 된거 같다고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음 생활이 원래 이렇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는 이틀뒤면 호주를 가고 떠돌이 생활은 7월17일? 부터 했으니 뭐 배낭여행 약 2달째 라고 보면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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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에 송이를 태워서 나는 센텀파크로 가있기로 하고 엄마와 혁이는 학교에 갔다
차가워진 공기를 느끼며,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창문을 열고 옆에 송이를 태우고 달리는 그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어른이 된 느낌..이제 곧 가족 곁을 떠나는 느낌.. 정착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에서 벗어난게 익숙해져서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침은 김밥먹어야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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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김밥 한줄 뚝딱했으니(후레쉬한 손오공김밥먹고싶었는데 문이 닫아서 달고 짠 쉐프길로..든든하네..)
아빠가 부탁한 1. 카니발에 테이블 가져와서 센텀파크에 설치하고 엄마가 부탁한 2. 펫샵가서 송이 밥이랑 패드 구매하고 어제 엄마랑 같이 산 3. 안경과 렌즈 픽업하고 4. 크린토피아에 맡겨놓은 내 바지 찾고 공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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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해서 살아야만 한다는 고정생각과
정착한 삶만이 내게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 (생각이 바뀌었기 보다 생활이 그렇게 되다보니 몸이 적응을 한것이지만 아무튼)이번 여름방학이 소중하고 즐겁다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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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갔었을때는 가기전에 재훈민석은수언니랑 떠난 제주도여행이 너무 소중한 기억으로 계속 생각났었는데
이번 여름방학도 너무 뜻깊고 소중하네
일기 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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